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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성 정체성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DID), 흔히 ‘다중인격’으로 불리는 현상은 오랫동안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영역에서만 다뤄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뇌 과학의 발달로, DID가 단순히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실제 뇌의 활동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연구를 통해 인격 전환 시 뇌의 활동 패턴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다중인격은 꾸며낸 것이다”라는 오해를 깨뜨리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여러 연구에서 DID 환자를 fMRI로 촬영했을 때, 각 인격이 등장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다르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즉, DID 환자의 인격 전환은 단순히 “연기”나 “상상”이 아니라, 뇌 안에서 실제로 다른 신경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 현상입니다.
DID 환자들이 흔히 겪는 대표적 증상은 기억 공백입니다. 어떤 인격이 활동하는 동안 다른 인격은 그 시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는 단순한 건망증과 다릅니다.
신경학적으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와 의사결정·통합을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사이의 연결이 차단되기 때문입니다. 특정 인격이 나타날 때, 뇌는 불필요하거나 고통스러운 기억 회로를 ‘닫아버리며’, 다른 인격이 그 부분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결과적으로 한 인격의 경험은 다른 인격과 공유되지 않고, 자아의 연속성이 끊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DID 환자에서 신체 반응도 인격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뇌가 자율신경계와 면역계, 시각 정보 처리 방식을 인격별로 다르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fMRI 연구는 이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DID가 결코 “꾸며낸 질환”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DID를 연극성 성격장애나 주의 끌기 행위로 오해했지만, fMRI와 EEG(뇌파검사) 연구는 DID가 실제 뇌의 신경학적 기반을 가진 임상적 현상임을 입증합니다.
즉, 다중인격은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뇌 안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신경학적 사건입니다.
뇌 과학 연구는 DID 치료에도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다중인격은 단순히 심리적 문제도, 단순히 뇌의 결함도 아닙니다. 그것은 심리와 뇌가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현상입니다. fMRI 연구는 인격 전환 시 뇌의 활동이 실제로 변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DID가 환자 개인의 상상이나 거짓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중인격을 바라볼 때, 낙인과 편견 대신 과학적 이해와 공감의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DID 환자는 괴물이 아니라, 뇌와 마음의 고통 속에서 살아남으려 했던 존재입니다. 앞으로의 과학 연구와 치료는 이들의 뇌와 마음이 하나로 회복되는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